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각 가전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입학, 이사, 혼수 등 가전제품의 구매 동기가 집중되어 있는 1~5월 가전 성수기에 코로나가 직격탄으로 작용한 점, 건국 이래 처음 실시한 전 국민 대상 현금성 지원이 현실화되었고, 작년부터 군불을 지펴온 가전 으뜸 효율 보상 제도의 확대 등, 굵직한 시장 이벤트와 이슈들이 가전 시장에 악재 혹은 호재로 작용하였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코로나19에 타격을 받은 소비자 심리
우선 코로나 시기에 소비자 심리는 어떠했는지부터 살펴보자. 아래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3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후 이은 4월에는 더욱더 떨어져서 71포인트를 기록,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5월 다시 회복되어, 6월 현재 80포인트 이상의 점수를 기록했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현재의 상태와 더불어 미래의 기대까지 포함한 종합 지수로 알려져 있다. 즉 코로나 발생기에서 확대기까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실체 없는 불안감이 소비자 심리에 반영되어 있다 하겠으며, 이후 완화기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소비 심리가 회복세에 접어듦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함께한 올 상반기 가전시장은 어떠했을까?
GfK의 시장 분석에 따르면, 2020년 1~5월 60여 개 가전 품목의 전년대비 금액 성장률은 +1.8% (2020년 1~5월 월별 데이터 기준, 60여 개 카테고리 기준, GfK PoS Tracking)로 조사되었다. 전반적인 소비 심리 위축에도 불구, 놀랍게도 전반적으로 소폭의 성장을 일구어 내었으며 대부분의 주요 카테고리의 시장(구매액 기준)은 작년보다 성장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왜 가전시장은 성장한 것일까?
1. 준비된 한국의 온라인 소비자
어느덧 언택트, 뉴노멀, 포스트 코로나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칭하는 용어들이 범람하는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들 용어를 직간접적으로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온라인”일 것이다.
GfK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주 차부터 대량 확진자가 잠잠해진 최근 26주 차까지의 온/오프라인 누적 성장률은 온라인이 +17%, 오프라인이 -1%로 그 GAP이 18%p에 이른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9주 차에도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온라인 채널의 판매는 탄탄하게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매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5월 초까지 시장의 성장은 온라인 중심이었으며, 5월 이후에도 온라인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소비가 위축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코로나 발생기에서 확대기까지 오히려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온 한국 온라인 채널 수요는 한국의 온라인 쇼핑 이용률과 깊은 관련이 있다.
GfK가 2020년 글로벌 소비자 대상으로 조사한 GfK Future Buy 결과에 따르면, 최근 가전제품 구입 시 이용한 채널을 묻는 질문에 “온라인만 이용한다”라고 대답한 소비자의 비율은 타지역 대비 월등히 높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소형가전의 경우, 48%로 글로벌 평균 대비 +18%p, 가장 낮은 북미권 대비는 +30%p가 높았으며, 대형 가전, TV/미디어, 컴퓨팅 카테고리에서 각 글로벌 평균 대비 +5%p, +16%p, +25%p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온라인 구매에 이미 익숙한 소비자와 이미 확고하게 온라인 판매 인프라가 갖춰진 시장 환경으로 인해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작았다고 볼 수 있다.
2. 작년에는 없었던 시장 이벤트들
상반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시장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들이 다양하게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온라인 수업 및 재택근무 확대로 인한 노트북 신규 수요 창출을 들 수 있겠다.
노트북 카테고리는 전통적으로 설 이후에서 입학 전인 2월 중순 이후부터 3월 전까지 연간 판매의 50% 이상이, 상반기 70% 이상이 판매되는 대표적인 계절성 상품이자,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의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은 카테고리로, 일반적으로 수년간 저 성장을 기록한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게이밍 노트북 카테고리 제외) 이에 노트북 카테고리는 코로나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결론적으로 1~5월 두 자릿수의 큰 성장률을 기록하였다(11.5%). 옵션 선택이 용이하기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 채널을 통해 구매하는 소비자가 원래 많았던 점도,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외식 및 야외 활동이 줄고 실내 활동이 늘면서, 다년간 보합세를 유지해오던 실내 가전류 역시 (냉장고, 김치냉장고, TV, 세탁기 등) 적지 않은 성장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 안 전자제품의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는 해석과 함께, GfK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1~5월 가전 판매점의 대형 가전에 대한 프로모션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으며 그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봄이라는 전통 가전 성수기와 신제품 출시, 으뜸 효율 제품 환급 등의 정부 시책이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시너지가 나고 있다는 매장 판매원의 전언이다.
3. 가구 내 잉여자금 확대
2019년 한 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한 한국인 1명은 평균 6.6일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148만원 지출한다고 한다. 이를 하루로 환산하면 약 22만 원가량이다. 코로나 이전, 평균적인 연간 출국자 수는 2,869만 명에 달하며, 6~8월 여름휴가 기간 해외여행 간 지출 비용은 8조 6천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물론 조사 결과 간의 기준 차이, 중복 수치, 평균의 함정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한 현재의 체감적인 상황을 보았을 때, 평균적인 단위 가구 내 잉여자금 확대를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또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상위 업종 통계상, 비록 가전제품은 그 순위에 들지 못하였으나(주요 온라인 및 대형 전문 매장 사용 금지 방침이 원인), 가구 내 유휴자금 확대로 상대적으로 교체주기가 긴 가전제품에 대해서 “큰맘 먹는 소비” 행태가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코로나19는 호재인가 악재인가?
애초의 물음을 다시 떠올려 보자. “코로나19, 가전 시장 호재인가 악재인가?” 적절한 대답은 “호재였던 제품도 있고, 악재였던 제품도 있을 것이다”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
전체 가전 시장 금액 성장률 +1.8% (2020년 1~5월 월별 데이터 기준, 60여 개 카테고리 기준, GfK PoS Tracking)가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매우 다양한 가능성과 의견, 가정들이 존재하며 60여 개 카테고리 저마다의 속 사정도 천차만별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질문을 바꾸어 볼 차례다. “코로나19 시대, 가전 시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Signals from the Noise 시장의 노이즈 속에서 정확한 신호를
올바른 처방은 올바른 진단에서 나온다. 올바른 진단을 위해서는 우선 내 회사와 브랜드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가늠하는 것이 급선무다. 코로나19라는 시장의 이벤트가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카테고리에서는 비록 호재로 작용하였지만 나에게는 악재로 작용한 것은 아닌지, 내가 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를 반문해 볼 필요가 있겠다.
내 브랜드의 성장 또는 역성장이 코로나19라는 이벤트 때문인지, 시장과 회사 내에 존재하는 다른 이유 때문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이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객관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대비, 그리고 경쟁사 대비 자사의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 가격대별, 모델별, Feature 별로 철저히 분석한 후 에야 비로소 처방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길이다. 이번 코로나가 많은 기업들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되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데이터와 증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GfK Korea Market Insight 팀